가을에는 기차를 타고 / 김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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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기차를 타고
김춘경
또 가을이 왔습니다
지난 가을엔 깨우지 못했던 영혼의 종소리를 들으며
혼자서 기차 여행을 하고 싶었습니다
삶의 조각들이 차창에서 신음을 하며 두 눈에 부딪혀 와도
그 가을이 아름다울 거라 생각했습니다
고단했던 마음들을 달래며 그렇게
달리는 기차에 부서지는 그리움들을 싣고 싶었습니다
올 가을에도 가슴 시린 이 하나 곁에 없다 해도
애틋한 영혼 소리를 담은 혼자만의 기차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뿜어낼 모양없는 사연들 검은 연기로 날리며 내달리는 길
뒤돌아 보면 너무 빨라 아무 것도 잡히지는 않겠지만
갈 길이 아득해 종착역은 몰라도 기쁜 마음으로 갈 것입니다
그러다 세상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며 하루를 기대어 왔던
지나간 날들이 차창에 어리면 반갑게 웃어 줄 것입니다
길가의 코스모스와 들꽃들의 미소, 사랑하는 사람들,
차창에 미끄러지는 바람의 소리를 사랑하겠습니다
또 가을이 왔습니다
또 어쩌면 고단한 날이 소리없이 찾아 올지도 모릅니다
그런 날, 그런 날이 오거든
나는 혼자서 기차를 타고 하염없이 달려갈 것입니다
영혼이 숨쉬는 기차를 타고..
―김춘경 낭송칼럼시집 『문학이 있는 인생은 고독하지 않다』 (북랜드, 2009)
서울 출생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목원대 피아노과 졸업
《문학21》, 《문학세계》에서 詩, 《문장》에서 수필 등단
전국시낭송대회 입상(시낭송가)
시집 『그대가 내게로 오기까지』 『사랑을 묻는 그대에게』
낭송칼럼시집 『문학이 있는 인생은 고독하지 않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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