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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웅 / 정동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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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31회 작성일 21-09-06 19:45

본문

배웅

 

  정동재

 


천지개벽 후 문밖은 누구도 찾지 못했으므로

항상 목소리 큰 놈이 주인 행세다

입동이 코앞 창밖 가을낙엽을 본다

몇 번의 깜박 졸음 후

추풍낙엽이 유리창에 은빛 눈부신 성애로 옮겨붙었다

툭 툭 발에 차이는 아침이 생생한 얼음이다

뒤뚱거리기 시작한 태양

겨울이 냉큼 문밖까지 배웅 나온 것

 

누군가로부터 배웅을 받는다는 것은

아랫목에 누운 것처럼 등 뒤가 따뜻하다

강적을 만나 문고리조차 찾지 못할 때

문밖이 저승이라는 말로 가끔 위안 삼지만

이어진 배웅과 배웅으로 다다른 근황은

소음이 싫은 고요

목소리 큰 놈 행세는

누군가 배를 가르고 망치로 뒤통수를 갈길 것이다

 

땅거미 지면 그림자는 문을 열어 제 몸을 찾고

배고파요! 아이들도 어머니와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정동재 시집 하늘을 만들다(지혜, 2017)




정동재.jpg


2012년 애지》 등단

시집 하늘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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