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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자장가 / 이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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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41회 작성일 15-12-17 11:49

본문

의 자장가

 

     이기성

 

 

 

   물은 속삭인다. 너는 겨울의 냄새를 맡을 거야. 축축한 지하도에서 뒹굴던 별은 공중으로 튀어 오를 거야. 공중에서 노랗게 반짝일 거야. 늙은 연인처럼 잠든 이의 귀에 속삭인다. 너는 시멘트 벽 속에 담긴 시체가 될 거야. 사람들이 어디냐고 물으면 분홍의 내부라고 말할 거야. 혀를 길게 늘어뜨리고 심장에 고인 검은 슬픔의 냄새라고 할 거야. 젖은 손가락으로 어제의 귀를 어루만질 거야. 너의 뺨에 파랗게 번지는 얼룩 같은 중얼거림, 그것은 물의 몫이겠지만. 나는 사라지지 않을 거야. 너의 귓속에서 영원히 출렁거릴 거야.

 

 

 

1966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88년 《문학과사회》등단
시집으로『불쑥 내민 손』『타일의 모든 것』
평론집 『우리, 유쾌한 사전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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