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꿈 / 이민하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밤과 꿈 / 이민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60회 작성일 21-09-14 21:32

본문

밤과 꿈

 

  이민하 

 

몸통에서 목이 쑥 빠져나온 것 같다

얼굴은 육체의 덤인 것 같다 혹인 것 같다 부록인 것 같다

어떤 부록은 본문보다 길고

 

어깨에서 팔이 쑥 빠져나오고

손목에서 손가락들이 새털처럼 찢어지고

가늘게 떨면서

 

어둠을 털면서

온몸을 기울여 총채를 들고 있다

팔 하나가 인생보다 길고

 

긴 팔이 짧은 팔을 끌면서 하루를 빠져나가는

밤 열두 시의 시곗바늘이다

 

성실한 노동이 연약한 허기를 안고 떠도는

한 쌍의 모녀다

어린 내가 울면 일하던 내가 달려가 흰밥을 짓는다

끊을 수 없는 연대다

 

옆구리를 찌르며 지나가는 입을 털고

두 귀에 묻으면

한 사람의 비밀은 독재자의 나라보다 길고

 

아름다운 트로피를 몰래 닦다가 깨뜨린 하녀처럼

어둠의 구석구석 무릎을 꿇을게

네 방을 보여줄래?

 

반짝반짝 부서진 너를 훔칠 수 있다면

종이비행기처럼 접을 수 있다면

텅 빈 에이프런은 지구보다 길고

 

바람의 항아리가 깨져서 새들은 흩날리고

검은 하늘에 박힌 것들은 내 눈이 닿기 전에 깨져버린 우주의 파편인데

 

거기서도 누군가 총채를 들고 있는 것 같다

깊숙이 과거를 털다가

손이 닿지 않아서

손톱을 길렀다 번개처럼

 

허공을 할퀴며 지나가는 마음을 털었다

차갑고 축축한 모퉁이에 서서

밤의 키스는 죽음보다 길고 

 

이민하 시집 미기후(문지, 2021)



 

전주 출생  
2000년 《현대시 》로 등단  
시집 『환상수족』『음악처럼 스캔들처럼』『모조 숲』『세상의 모든 비밀』
 미기후』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97건 18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34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4 0 10-25
23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5 0 10-25
23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4 0 10-25
23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9 0 10-22
23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9 0 10-22
23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1 0 10-22
23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3 0 10-21
23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2 0 10-21
23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8 0 10-21
233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6 0 10-20
23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7 0 10-20
23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1 0 10-20
23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9 0 10-19
233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3 0 10-19
233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9 0 10-19
233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 0 10-17
233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6 0 10-17
233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2 0 10-17
232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0 1 10-14
232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8 1 10-14
232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9 1 10-12
232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1 1 10-12
232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0 1 10-12
232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1 1 10-11
232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0 0 10-11
232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0 0 10-11
232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8 0 10-08
232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8 0 10-08
231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4 0 10-08
23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0 0 10-06
23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7 0 10-06
231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1 0 10-06
231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7 0 10-04
231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3 0 10-04
231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9 0 10-04
231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8 0 10-01
231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9 0 10-01
23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6 0 10-01
230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3 0 09-29
230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8 0 09-29
23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6 0 09-29
23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2 0 09-27
23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4 0 09-27
23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4 0 09-27
23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1 0 09-26
23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2 0 09-26
23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4 0 09-26
23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5 0 09-23
22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0 0 09-23
22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0 0 09-2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