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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생각하며 / 윤병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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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88회 작성일 21-09-16 21:57

본문

생각을 생각하며

 

  윤병무

 

생각을 생각하지 않아 괴로운 당신

생각을 생각하며 저는 아픕니다

 

괴로움과 아픔은 둘 다 고통이어도

통각점은 멀거나 가깝습니다

 

당신의 괴로움은 바깥에 있고

저의 아픔은 안쪽에 있습니다

 

당신의 안쪽은 비어 바깥뿐이고

안쪽만 앙상한 제 바깥은 헐었습니다

 

그런 당신의 바깥엔 제가 있고

저의 안쪽엔 당신이 있습니다

 

종종 바깥마저 도려 안팎이 없는 당신

당신 생살 드러나 제 바깥도 빨갛습니다

 

그럴수록 색맹이 되어가는 당신은

핏빛을 읽지 못해 비린내만 삼킵니다

 

안쪽이 빈 줄 모르고 당신은

자꾸만 안쪽을 뱉어냅니다

 

생각을 생각하지 않아 당신은 떠났습니다

생각을 생각하며 저는 기다립니다

 

윤병무 시집 당신은 나의 옛날을 살고 나는 당신의 훗날을 살고(문지, 2019)

 


 

13025.jpg


1966년 서울 출생

대전대 영문과 졸업

1995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5분의 추억』 『고단당신은 나의 옛날을 살고 나는 당신의 훗날을 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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