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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희도 / 김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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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99회 작성일 21-09-27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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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희도(秘戱圖)

 

  김언희

                                                                                                                                           새끼 한 마리를 키워내기 위해 사자는

                                                                                                                                           평균 삼천 번의 교미를 한다

   

뒷고기집 바람벽에 덜 뜯긴 선거용 포스터가 여태

나붙어 있다 육개월간 교미 자세를 유지하는

개구리도 있긴 하지만


볼펜이나 빨대를 물고서 완성했을 저 살신

성인의 미소로 얼굴의 가랑이를

쩌억 벌어뜨린 채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살겠다고 아아 살겠다고 삼십년간 교미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나는 살아

보겠다고 당신과


삼십년간


보험성 교미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나는

탔는지 깔렸는지 헷갈리는


삼십년을


삶은 돼지머리처럼

주둥이로 나무젓가락을 악물고서 저 미소

대가리가 잘려야 완성되는 저 미소 

죽어야 완성되는 저 미소

 


띤 채

 

김언희 시집 보고 싶은 오빠(창비, 2020)



kimonhee-180.jpg

 

경상대학교 외국어교육과 졸업

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트렁크』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뜻밖의 대답』 『요즘 우울하십니까』 『보고 싶은 오빠』등

2004년 박인환문학상 특별상, 2005년 경남문학상, 2013 이상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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