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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내밀다 / 맹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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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6회 작성일 21-10-11 21:24

본문

사과를 내밀다

 

  맹문재

 

 

1

골목길을 돌아 나오는데

담장 가에 달려 있는 사과들이 불길처럼

나의 걸음을 붙잡았다

남의 물건에 손대는 행동이 나쁜 짓이라는 것을

가난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지만

한번 어기고 싶었다

손 닿을 수 있는 사과나무의 키며

담장 안의 앙증한 꽃들도 유혹했다

2

콧노래를 부르며 골목을 나오는데

주인집 방문이 열리지 않는가

나는 깜짝 놀라 사과를 허리 뒤로 감추었다

마루에 선 아가씨는 다 보았다는 듯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3

감았던 눈을 떴을 때, 다시 놀랐다

젖을 빠는 새끼를 내려다보는 어미 소 같은 눈길로

할머니는 사과를 깎고 있었다

나는 감추었던 사과를 내밀었다, 선물처럼

 

맹문재 시집, 사과를 내밀다(실천문학, 2012)



 

83.jpg


1963년 충북 단양 출생
고려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에서 수학
1991년 문학정신》 등단
1993년 전태일 문학상, 1996년 윤상원문학상 수상
2013년 고산문학대상 수상
시집으로 『물고기에게 배우다』『사과를 내밀다 』,
저서로 『한국민중시문학사』,『페미니즘과 에로티시즘 문학』,
번역서로 『포유동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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