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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부락

   ―종착지

   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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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류장에 도착한 하행선 직행버스에서

노인들이 천천히 내렸다

운전석에서 훌쩍 뛰어내린 운전기사는

대기실로 가서 눈을 붙였다

노인들만 타고 오는 하행선 직행버스

바람이나 햇볕이나

더 느리지도 더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같이 달렸다

자식들은 하행선 직행버스를 타지 않았다

인사치레로나마 찾아볼 당산나무도 없는 부락에선

챙겨가지고 돌아갈 토지도 별반 없었다

노인들은 자식들에게 다녀오던 그 날수만큼씩 더 살았다

출발시간이 되어 버스정류장이 붐비고

눈을 비비며 나온 운전기사가 운전석에 훌쩍 올라타면

상행선 직행버스에 노인들만 천천히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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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오 시집 『베드타운』 (창비, 2008)

1954년 경북 의성 출생

1975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으로 『쥐똥나무 울타리』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사물의 운명』

『꽃들은 우리를 봐서 핀다』 『정』 『깨끗한 그리움』 『님』

『무언가 찾아올 적엔』 『반대쪽 천국』 『지옥처럼 낯선』 『국경없는 공장』

『아시아계 한국인들』 『베드타운』 『사월에서 오월로』 『넋이야 넋이로다』

『입국자들』 『제국』 『남북상징어사전』 『신북한학』 『남북주민보고서』

『세계의 시간』 『신강화학파』 『초저녁』 『죽음에 다가가는 절차』『베드타운』 등

시극집 『어미와 참꽃』

동화 『도요새』 『누가 아기 석가모니로 태어났을까』 『미래에 오는 미륵불』 『하늘 무인도』

제2회 신동엽창작기금 수혜, 제1회 불교문예작품상 수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