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떨어지다 / 김기택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03회 작성일 21-10-17 19:59본문
나뭇잎 떨어지다
김기택
나뭇잎에도 무게가 있네. 그 무게에 나뭇잎이 떨어지네. 나뭇잎 무게는 곧장 땅에 떨어지지 않네. 바람과 공기가 떨어지는 무게를 건드려보네. 바람이 자신을 붙들고 마음껏 흔들도록 나뭇잎은 그냥 내버려두네. 후려치고 할퀴는 것을 다만 쳐다보기만 하네. 바람의 힘이 세면 셀수록 그 힘을 타고 나풀거리는 무게의 곡선은 더욱 신이 나네. 그 곡선은 바람의 힘을 넉넉한 부력으로 삼아 바람에 등을 대고 눕네. 단단한 나뭇가지를 꺾는 힘도 나뭇잎을 쫓기만 할 뿐 어찌하지는 못하네. 바람이 힘 빠지면 나뭇잎은 땅으로 살짝 내려오네. 풀잎 위에 누워 쉬면 바람은 다시 잎을 나꿔채서 쥐고 흔들어보네. 나뭇잎은 바람의 성깔이 엽맥 속으로 숨구멍 속으로 깊이 스며들도록 놓아두네. 오히려 그 흥분으로 온몸을 파르르 떠네. 나무 밑에는 나뭇잎들이 가득하네. 겨울 나무 밑에는 말라 바삭거리는 소리들이 가득하네.
―김기택 시집 『바늘 구멍 속의 폭풍』(문지, 1994)
1957년 경기도 안양 출생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미당문학상 수상
시집 『태아의 잠』『바늘구멍 속의 폭풍』『사무원』
『소』『껌』『갈라진다 갈라진다』『울음소리만 놔두고 개는 어디로 갔나』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