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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밖의 길 / 백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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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39회 작성일 21-10-20 20:58

본문

밖의 길

 

  백무산

 

 

뻔한 길을 잘못 든 남산에서

발 닿는 곳마다 벼랑이다

이 작은 산에서 길 찾는 일은 쉬운 일이다

그래, 저 아래 세상 길도

알고 보면 모두 폐쇄회로다

나는 길을 가려던 것이 아니라

산으로 왔던 것이다

길이 끊긴 곳에서 산이 아닌가

그러나 산은 또 무엇하랴

나는 산에서도 내려서라고 하였다

가파른 벼랑 끝에 다다라

나는 멈추었다

길과 산은 다하였고

나는 탑이 되었다

한 발 더 내딛지 못하고

탑은 다시 길이 되어

산을 내려간다

걸어가는 이 몸이 길이 되었다

백무산 시집 길 밖의 길(갈무리, 2004)

 

 


081023_baek1_lmedia.jpg

 

1954년 경북 영천 출생
1984년 「민중시」 1집에 '지옥선'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
이상문학상, 만해문학상 수상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 『초심 』

『길밖의 길』 『거대한 일상』

『폐허를 인양하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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