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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자귀꽃 / 정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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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64회 작성일 21-10-21 21:12

본문

, 자귀꽃

 

  정 온

 


살살 녹을 거라, 달달할 거라 생각한다면

혀끝 먼저 대 봐

촉촉 젖어드는 네 가슴

발랑발랑 심장 터질지 몰라

옥수수수염 될지도 몰라

반반한 햇살이 전부인 몸

오락가락 치근대는 빗줄기야

너무 쉽다고는 마

함부로 눕는다고는 마

보드라운 숨결에 네 목이 베일지도 몰라

애간장을 쥐고 천천히 핥을지도 몰라

한 사람만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솜사탕처럼 녹아내린

담장과 어머니와 처녀의 경계

달달한 인생을

팽팽 도는 붉음을

-준비하시고 쏘세요

징그럽도록 달아오른 네 눈에

착 달라붙는 혀,

밤마다 푸른 비늘을 오므려 갈은 칼이지

몰랐지?

꽃이 아니라

뱀이라는

, 작위 작위꽃


정온 시집 , 작위 작위꽃(시산맥, 2013)



 

 

1966년 전북 김제 출생
2008년 《문학사상》등단
시집『오, 작위 작위꽃』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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