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란 / 김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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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35회 작성일 21-10-22 20:20본문
스란
김윤이
제자리에 빛을 물어다 실에 꿰어 구명정 떴습니다
당신 사라지고 몇 밤 자고 난 뒤같이
안쪽으로 깊어졌네요 한풀 꺾인 계절 마루, 이별 잦은 시절에서
채곡채곡 파고들어온 가슴팍 금사자수 무늬들
마음 몰아쳐 하늘 푼 어엿한 군락새 내 것이고요
한량없는 날갯짓도 내 것이네요
온 지상의 돌덩이 깨뜨려 떼놓아도 돌멩이
돌멩이 깨뜨려 떼놓아도 조약돌
인부들 다정 쪼을 거야 나는 못 품어 물 끼적이며 수놓겠지
생물의 소란 전연 없이도 막새 들이고 불붙는 금실 완성되느라 몸에 정 들이겠지
심정 한가운데 봄, 봄, 한수(寒水) 앞의 새가 재촉하여 새파란 하늘이겠지
새가 아길 물고 온다는 이야기가 반복될 거야
금족령 내린 계절에선 만상이 놓여날 수가 없는 거야
봄빛으로부터 눈길 거둘 때까지
초록빛 깨뜨려 초록빛 원소
세상은 내 앞에 주위에 언제나 넘치는 거야
애석만 기꺼이 내 것일 거야
핏빛 단 쇠붙이로 밝아오는 태양
금침인 듯 찰나로 터져오는 햇빛,
그걸 나는 빗장뼈에 하염없이 들이려
―김윤이 시집 『독한 연애』 (문학동네, 2015)
1976년 서울 출생. 본명 김윤희
2006 연세대 윤동주 문학상 시부문 수상
2006 계명대 계명문화상 시부문 수상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독한 연애』『뒤뚱뒤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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