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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봉지의 마음 / 이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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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763회 작성일 15-07-10 06:15

본문

은 봉지의 마음

 

   이현호

 

 

말하지 않아도 검은 봉지에 담아주는 것이다

배려란 이런 것이라는 듯

검은 봉지 속 같은 밤을 걸어 타박타박 돌아가다 보면

유리의 몸들이 부딪는 맑은 울음소리 난다

혼자는 아니라는 듯이

 

혼자와 환자 사이에는 ㅏ라는 느낌씨 하나가 있을 뿐

아아, 속으로 삼켰다가 바닥에 쏟기도 하는

말라붙은 열, 형제자매의 소리

거리엔 늦은 약속에도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게 있고

길목을 네 발로 뛰어다니며 꼬리 흔드는 마음이 있고

 

떨리는 손으로 끝내 쥐고 놓지 않을 게 남았다

끊을 거야, 비록 이것이 우리의 입버릇이지만

간판이 빛난다는 건 아직 빈자리가 남았다는 뜻

습벽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같은 족속

너에겐 이파리를 찢는 버릇이 있었지

아무리 찢어발겨도 초록은 잎을 떠나지 않는데

 

검은 봉지 속 같은 방에 들어 자기 숨에 취하는 시간

어린것을 핥아주는 초식동물의 눈빛으로 빈 것을 바라보는

인사불성의 성주城主, 형제자매의 눈동자

누구라도 이 세상에 이토록 짙은 냄새 풍긴 적 있겠지

누군가는 이 행성의 자전을 위해 갈지자로 걸어야지

 

다시 또 검은 봉지같이 바스락거리는 시간을 건너가면

배려란 무엇인지 보여주려는 듯

자고 있는 염리마트와 대흥슈퍼, 되돌아오다 보면

두 귀를 꼭 묶은 검은 봉지를 들고 나오는 형제자매들

아아, 무사한 오늘에 대한 우리의 관습

 

말하지 않아도 검은 봉지에 담아 버리는

 

 

 

1983년 충남 연기 출생
2007년《현대시》로 등단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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