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봉지의 마음 / 이현호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검은 봉지의 마음 / 이현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775회 작성일 15-07-10 06:15

본문

은 봉지의 마음

 

   이현호

 

 

말하지 않아도 검은 봉지에 담아주는 것이다

배려란 이런 것이라는 듯

검은 봉지 속 같은 밤을 걸어 타박타박 돌아가다 보면

유리의 몸들이 부딪는 맑은 울음소리 난다

혼자는 아니라는 듯이

 

혼자와 환자 사이에는 ㅏ라는 느낌씨 하나가 있을 뿐

아아, 속으로 삼켰다가 바닥에 쏟기도 하는

말라붙은 열, 형제자매의 소리

거리엔 늦은 약속에도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게 있고

길목을 네 발로 뛰어다니며 꼬리 흔드는 마음이 있고

 

떨리는 손으로 끝내 쥐고 놓지 않을 게 남았다

끊을 거야, 비록 이것이 우리의 입버릇이지만

간판이 빛난다는 건 아직 빈자리가 남았다는 뜻

습벽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같은 족속

너에겐 이파리를 찢는 버릇이 있었지

아무리 찢어발겨도 초록은 잎을 떠나지 않는데

 

검은 봉지 속 같은 방에 들어 자기 숨에 취하는 시간

어린것을 핥아주는 초식동물의 눈빛으로 빈 것을 바라보는

인사불성의 성주城主, 형제자매의 눈동자

누구라도 이 세상에 이토록 짙은 냄새 풍긴 적 있겠지

누군가는 이 행성의 자전을 위해 갈지자로 걸어야지

 

다시 또 검은 봉지같이 바스락거리는 시간을 건너가면

배려란 무엇인지 보여주려는 듯

자고 있는 염리마트와 대흥슈퍼, 되돌아오다 보면

두 귀를 꼭 묶은 검은 봉지를 들고 나오는 형제자매들

아아, 무사한 오늘에 대한 우리의 관습

 

말하지 않아도 검은 봉지에 담아 버리는

 

 

 

1983년 충남 연기 출생
2007년《현대시》로 등단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91건 64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38 1 08-05
4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87 1 08-05
3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81 2 08-04
3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67 1 08-04
3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2 1 08-03
3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26 1 08-03
3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10 1 07-31
3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94 1 07-30
3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06 1 07-30
3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23 1 07-29
3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92 2 07-29
3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78 1 07-28
2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29 2 07-28
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45 2 07-27
2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32 2 07-27
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69 2 07-24
2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25 2 07-24
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75 2 07-23
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81 2 07-23
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66 2 07-22
2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01 2 07-22
2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61 2 07-21
1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13 1 07-21
1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58 1 07-20
1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93 1 07-20
1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37 3 07-17
1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19 2 07-17
1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52 2 07-16
1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63 1 07-16
1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21 1 07-15
1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29 2 07-15
1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45 1 07-14
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55 1 07-14
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45 2 07-13
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76 1 07-13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76 1 07-10
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10 1 07-10
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74 1 07-09
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28 4 07-09
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85 2 07-07
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58 1 07-0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