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뿔 / 최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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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74회 작성일 21-10-25 20:45본문
개의 뿔
최하연
은빛 뿔이 두 개 달린 개를 보았다
머리 없는 인형만 수백 개 이삿짐을 쌓아두고
누가 어른인지 언쟁을 벌이는 경적 사이에서 뿔이 자란다
우체국 창구 직원에게 우체국 택배가 도착한다
이 로타리와 저 아래 로타리 사이의 일이다
뿔 달린 개를 발송하고 다시 개의 뿔을 찾으러 가는 동안
능소화 핀 담장 아래로
개가 짖는다 개는 짖는다 개만 짖는다
인형 창고가 이사 가고 인슐린 창고가 이사 가고
앰뷸런스와 택배차가 지나가고 별이 고양이를 물고 지나간다
장화 신은 아저씨와 꽃신 신은 할머니가
한꺼번에 열세 마리를 낳아서
젖을 못 물린 뿔 다린 어미 개의 개 주인에게
젖을 물린다
인형이 인형 머리를 찾겠다고 골목으로 들이칠 때마다
뿔 달린 개들은 꼬리를 흔들고
젖을 먹고 살이 찐 개 주인의 미간 사이로
부치지도 않은 능소화가 한 계절 내내 반송된다
―월간 《현대시》 2021년 9월호
1971년 서울 출생
2003년 《문학과사회》신인상
시집 『피아노』『팅거벨 꽃집』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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