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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의 칼 / 이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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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40회 작성일 21-10-31 21:34

본문

의 칼

 

  이가을

 

 

몸에 욕이 자라요 나물처럼 쑥쑥 자랐어요

 

강하고 독하게 자랐어요 아버지

부드러운 혀는 독보다 피보다 진해요

눈빛보다 강한 무기, 힘세고 강하게 살아남죠

무엇이든 욕으로 견디고

마음을 찌르는 칼

e 씨발의 도시 미친 욕을 하거나 욕을 먹거나

밥 한술에도 욕을 얹고

아이들도 욕을 하고 욕을 부르는 전염

 

욕을 하지 않으면 하루도 숨 쉴 수 없는 세상

누가 만들었나요

 

나쁜 아버지, 욕하지 마세요

착한 당신, 욕에 물들지 마세요

 

영혼을 죽인 살인언어

당신이 내게 먹여준 욕 먹고 자란 나를 보세요

욕하고 싶은가요?

욕으로 싸우는 세상

아버지의 아버지, 또 아버지에게서

욕을 배웠나요

 

누가 욕하나요

당신도 나도 아픈 욕 내려놓으세요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욕을 이기는 법, 욕보다 강한 사랑은 없나요

나쁜 당신, ! 욕하지 마세요

  

이가을 시집 슈퍼로 간 늑대들(책 만드는 집, 2014)

  


leegaeul-140.jpg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2004년 문예진흥원작가기금수혜
시집으로 『봄, 똥을 누다』『저기 꽃이 걸어간다』『수퍼로 간 늑대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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