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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 류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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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86회 작성일 21-11-03 20:43

본문

사랑

 

  류외향

 

 

철분을

많이 함유해 벼락을 잘 맞는다는

상수리나무

 

빽빽한 나무들 사이 숨어 있어도

벼락을 부르는 천성을 감출 수 없어,

헝클어진 머리로 비를 부르며

뿌리째 타들어가는데

 

오늘도 그 나무, 폭우 속에서

하릴없이 사랑을 부르네

 

세상에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절멸하는 것들이 있어,

하필이면 그런 곡절을 달고 태어났을까

천성을 탓할까 봐

상제上帝를 탓할까 봐

 

상수리나무 그 나무

그 맑은 날들

제 몸에 쌓은 사랑이

이 되는 것을 알았을까

그래서 침묵했을까

 

어느 벼락에 맞아 죽을까

무엇을 몸 속에

쌓고 살길래 나는

상수리나무 한 그루 남지 않은

이 숲에 끌려와 서 있네

  

류외향 시집 꿈꾸는 자는 유죄다(천년의시작, 2002)



류.jpg

 

경남 합천 출생

1996년 대구매일 신춘문예 당선

1999년 시안》 신인상 수상

시집 꿈꾸는 자는 유죄다』 『푸른 손들의 꽃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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