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녁 / 이동호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과녁 / 이동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65회 작성일 21-11-03 21:10

본문

과녁

 

  이동호

 

나뭇잎 하나 수면에 날아와 박힌 자리에

둥그런 과녁이 생겨난다

나뭇잎이 떨어질 때마다 수면은 기꺼이 물의 중심을 내어준다

물잠자리가 날아와 여린 꽁지로 살짝 건드려도

수면은 기꺼이 목표물이 되어준다

먹구름이 몰려들고 후두둑후두둑

가랑비가 저수지 위로 떨어진다

아무리 많은 빗방울이 떨어지더라도 저수지는

단 한 방울도 과녁의 중심 밖으로 빠뜨리지 않는다

저 물의 포용과 관용을 나무들은

오래 전부터 익혀왔던 것일까

잘린 나무 등걸 위에 앉아본 사람은 비로소 알게 된다

나무속에도 과녁이 있어 그 깊은 심연 속으로

무거운 몸이 영영 가라앉을 것 같은,

나무는 과녁 하나를 만들기 위해

오랜 세월 동안 한자리에 죽은 듯 서서

줄곧 저수지처럼 수위를 올려왔던 것이다.

화살처럼 뾰족한 부리의 새들이

하늘 위로 솟구쳤다가 나무 위로

뚝뚝 떨어져 내리는 것은, 명중시켜야 할 제 과녁이

나무속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작년 빚쟁이를 피해 우리 동네 정씨 아저씨가

화살촉이 되어 저수지의 과녁 속으로 숨어들었다

올해 초 부모의 심한 반대로 이웃마을 총각과

야반도주 했다던 동네 처녀가

축 늘어진 유턴표시 화살표처럼

낚시바늘에 걸려 올라왔다

얼마나 많은 실패들이 절망을 표적으로 날아가 박혔던가

눈물이 된 것들을 위해

가슴은 또 기꺼이 슬픔의 중심을 내어준다

죽음은 늘 백발백중이다

 

이동호 시집 총잡이(애지, 2018)

 


이동.jpg


1966년 경북 김천 출생

대구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및 성균관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과 졸업

2004년 <매일신문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조용한 가족』 총잡이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707건 17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9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8 0 11-17
9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9 0 11-17
9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5 0 11-16
9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8 0 11-16
9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1 0 11-16
9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3 0 11-14
9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1 0 11-14
9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2 0 11-14
8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9 0 11-11
8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1 0 11-11
89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8 0 11-11
89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3 0 11-10
89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7 0 11-10
89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2 0 11-09
89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7 0 11-09
89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3 0 11-09
89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7 0 11-07
89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1 0 11-07
88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5 0 11-07
88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1 0 11-04
88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7 0 11-04
88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4 0 11-04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6 0 11-03
88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6 0 11-03
88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8 0 11-03
88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6 0 11-02
88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0 0 11-02
8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2 0 11-02
8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5 0 11-01
8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5 0 11-01
8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4 0 11-01
8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5 0 10-31
8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9 0 10-31
8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3 0 10-31
8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0 0 10-28
8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8 0 10-28
8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5 0 10-28
8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8 0 10-27
86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6 0 10-27
86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8 0 10-27
86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2 0 10-25
86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4 0 10-25
86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2 0 10-25
86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8 0 10-22
86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8 0 10-22
86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1 0 10-22
8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2 0 10-21
86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2 0 10-21
8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6 0 10-21
85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6 0 10-2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