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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오후가 / 홍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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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90회 작성일 21-11-0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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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오후가

  홍은택

붉고 투명한 비늘을 단
거대한 물고기 몸짓으로 헤엄쳐간다

정적 속으로 구릿빛 뒤웅박이
징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그들의 정수리를 딛고
익숙한 태양이 뚜벅뚜벅 걸어간다

낮잠을 갈아 내린 드립커피 한 모금
피카소의 시선으로 발뒤꿈치를 바라본다

잠결 따라 스트레칭 하듯 모란 꽃잎이 피고
꽃잎 따라 펼쳐지는 몇 갈래의 인연들

점점 키가 작아지는 담벼락 끝 멀리
파블로프의 뒤통수가 소실점으로 사라진 뒤

잠깐 잠을 더 잘 수 있는 자유 그리고 침묵
노래하는 법을 잊은 어떤 오후가

⸺계간 《문파MUNPA》 2021년 가을호 



hong.jpg


1958년 경기 광주출생 

한양대학교 대학원 영문학 박사
1999년 계간 《시안》 등단
시집 『통점에서 꽃이핀다』『노래하는 사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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