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의 이월 / 전비담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공중의 이월 / 전비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9회 작성일 21-11-09 22:35

본문

공중의 이월

 

  전비담


      

그동안 도무지 무얼

쳐다보고 있었습니까

 

겨울 외투의 내부에 때 아닌 봄이 하르르 떨며 피지만

땟국 전 껍질을 벗어나질 않네 예의도 없이

 

달아나고 폐쇄되어 솟아 있었지

 

겨우내 정오의 음악이 고공에 몰려 있었다

목숨을 빌어다 썼으므로

삶처럼 찌직거렸지 저 장송곡의 희망

살도 죽도 않은 깃발이 창궐하며

 

앉아 있으면 으슬거리고

걸으면 식은땀이 났다

 

소란한 플랑 묵묵한 플랑

바람 부는 이월에 빨간 우산을 쓰고

갖은 플랑 앞에 작게 서 있었다

 

떠들던 말의 말할 소용을

혀 짧은 이월이 낚아채었으므로

입에 이어 귀를 걸어 잠글 때라 했다

그때도 벤츄레이터가 바람을 썰고 있었다

 

길흉의 패가 뒤섞인 공중을 그리며

까마귀 한 떼 수군거리며 지나갔다

돈키호테의 창이 십자가 시늉을 한다고

 

주먹을 꽉 쥔 채

쪽이 팔린 낮을 저녁이면 어깨에 파묻고

유월을 넘어 일월이 지나갔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달력에서 변질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모르는 새 맹목에 반죽된 구호들

수요일에 정치공학처럼

비낀 비가 불어닥쳤고

고층 건물의 상점에는 몽땅 세일이 진열되었다

 

캄캄한 새의 깃털이 절룩이며 하강했다

바겐세일된 공중아

얼른 내려오렴

 

우리는 이제

공중의 멱살을 잡고 할 말이 많아졌습니다

 

벗어날 우리가 되었습니다

 

더러워져서 벗어난다 각자의 방식으로

더러워지기 이전을 견뎌온 자의 특권으로

 

우리는 바람의 맛이 아니라 사람의 맛을 알았고

감정에 묻은 피를 닦아야 한다

 

까마귀의 징조가 툭, 떨어졌다

공중은 발치로 이월되었다

 

이제 허공이 우리를

뚫어지게 쳐다볼 것이다

이게 공중의 끝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의 맛 : 어디서 읽은 구절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20204


 

전비담.jpg

 

제8회 최치원신인문학상 수상

 2013년 《시산맥》으로 등단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78건 16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42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8 0 12-18
242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2 0 12-18
242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3 0 12-13
242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0 0 12-13
242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9 0 12-13
242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3 0 12-09
242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7 0 12-09
242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9 0 12-09
242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4 0 12-08
241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5 0 12-08
24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8 0 12-08
24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2 0 12-07
241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4 0 12-07
241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8 0 12-07
241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7 0 12-05
241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8 0 12-05
241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6 0 12-05
241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8 0 12-02
24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8 0 12-02
240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4 0 12-02
240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1 0 11-30
24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9 0 11-30
24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5 0 11-30
24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9 0 11-29
24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0 0 11-29
24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6 0 11-29
24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6 0 11-27
24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3 0 11-27
24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4 0 11-27
23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4 0 11-24
23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2 0 11-24
239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3 0 11-23
239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6 0 11-22
239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5 0 11-22
239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9 0 11-22
239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9 0 11-21
239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7 0 11-21
239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7 0 11-21
239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6 0 11-21
238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1 0 11-17
238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1 0 11-17
238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7 0 11-17
238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9 0 11-17
238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4 0 11-16
238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6 0 11-16
238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0 0 11-16
238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0 0 11-14
238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6 0 11-14
23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0 0 11-14
23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5 0 11-1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