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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의 이월 / 전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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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2회 작성일 21-11-09 22:35

본문

공중의 이월

 

  전비담


      

그동안 도무지 무얼

쳐다보고 있었습니까

 

겨울 외투의 내부에 때 아닌 봄이 하르르 떨며 피지만

땟국 전 껍질을 벗어나질 않네 예의도 없이

 

달아나고 폐쇄되어 솟아 있었지

 

겨우내 정오의 음악이 고공에 몰려 있었다

목숨을 빌어다 썼으므로

삶처럼 찌직거렸지 저 장송곡의 희망

살도 죽도 않은 깃발이 창궐하며

 

앉아 있으면 으슬거리고

걸으면 식은땀이 났다

 

소란한 플랑 묵묵한 플랑

바람 부는 이월에 빨간 우산을 쓰고

갖은 플랑 앞에 작게 서 있었다

 

떠들던 말의 말할 소용을

혀 짧은 이월이 낚아채었으므로

입에 이어 귀를 걸어 잠글 때라 했다

그때도 벤츄레이터가 바람을 썰고 있었다

 

길흉의 패가 뒤섞인 공중을 그리며

까마귀 한 떼 수군거리며 지나갔다

돈키호테의 창이 십자가 시늉을 한다고

 

주먹을 꽉 쥔 채

쪽이 팔린 낮을 저녁이면 어깨에 파묻고

유월을 넘어 일월이 지나갔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달력에서 변질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모르는 새 맹목에 반죽된 구호들

수요일에 정치공학처럼

비낀 비가 불어닥쳤고

고층 건물의 상점에는 몽땅 세일이 진열되었다

 

캄캄한 새의 깃털이 절룩이며 하강했다

바겐세일된 공중아

얼른 내려오렴

 

우리는 이제

공중의 멱살을 잡고 할 말이 많아졌습니다

 

벗어날 우리가 되었습니다

 

더러워져서 벗어난다 각자의 방식으로

더러워지기 이전을 견뎌온 자의 특권으로

 

우리는 바람의 맛이 아니라 사람의 맛을 알았고

감정에 묻은 피를 닦아야 한다

 

까마귀의 징조가 툭, 떨어졌다

공중은 발치로 이월되었다

 

이제 허공이 우리를

뚫어지게 쳐다볼 것이다

이게 공중의 끝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의 맛 : 어디서 읽은 구절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20204


 

전비담.jpg

 

제8회 최치원신인문학상 수상

 2013년 《시산맥》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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