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운세 / 이선이 > 오늘의 시

친구의 운세

  이선이

돌에 연꽃을 심는 격!

이런 운세는

십년 대운이 찾아오리라는 예언보다 훨씬 복되구나

돌에 꽃을 심는 이는

연못에 꽃을 심는 이보다

얼마나 절실한 기도를 가졌는가

네가 만약 돌이라면

가슴에 대못을 박으려는 이보다

연꽃을 심으려는 이 있어 세상은 따스하리

네가 연꽃이라면

넉넉한 못물에서 핀 여린 연잎이기보다는

돌의 눈물에서 피어난 꽃빛이라 찬란하리

그러니

내일의 운세는

돌에 심은 연꽃에서 씨앗을 얻을 운!

이 기세로

세상의 정원에 가을은 스미리

―계간 《시현실》 2021년 가을호

 1967년 경남 진양 출생

1991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서서 우는 마음』과 평론집 『생명과 서정』

『상상의 열림과 떨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