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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지붕이 있는 간이역 / 박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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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22회 작성일 21-11-21 21:23

본문

붉은 지붕이 있는 간이역

 

  박명보

 

 

소소해서 눈에 드는 것들이 있다

그 작은 간이역처럼

 

낡은 것들만이 지니는 온화함을 아는 듯

그곳엔 속도에서 비켜난 사람들이 머물다 가곤 한다

 

간혹 늦은 밤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리거나

길 바깥을 기웃거린 어린 꽃잎들이

귀환을 거부하는 여린 병사의 몸짓으로 날아들기도 했는데

 

그 역사의 지붕이 왜 붉은지......

 

붉은 우체통은 너무 상투적이야

당신은 말하겠지만

거창하게 납득시킬만한 이유가 아니라도

어느 레일위에도 몸 싣지 못하고,

어느 곳에도 도착하지 못한

거주불명의 밤들이 있는 것이다

 

진부해서 그리운 아날로그

그 밋밋한 이마를 만지고 있을 때

불안을 거처삼은 내 안의 누군가

이 몸도 간이역이라고,

오래된 아픔을 불러내듯

우체통, 그 캄캄한 입속을 자꾸 들여다보는 것인데 

 

계간 시와사람2010년 겨울호 



 

 

충북 영동 출생
2010년《시산맥》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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