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본 일에 대해 변명함 / 송승언 > 오늘의 시

먼저 본 일에 대해 변명함

  송승언

풀 무덤 위로 뛰어오르는 평화로운 개구리를 보는 유령

망연, 이라고 발음하다가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유령

사랑을 잃고 허허로워 호수 수면에 떠오른 유령

빈집 뒤뜰에 무성한 파꽃을 정오 내내 가만히 바라보던 유령

아무것도 안 나오는 텔레비전을 보던 유령

그 유령이 당신의 인생이었다

때때로 당신은 인생을 버리고 살기도 했다

버린 것을 주워 푹푹 삶으며 살기도 했다

유령에 대해서 쓰지는 말아야지 생각했지만

생각만으로는 되는 게 없었다

나는 그저 유령이었고

그건 내가 아닌 당신의 인생이었으니까

―계간 《포지션》 2015년 봄호

1986년 강원도 원주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11년《현대문학》등단

시집『철과 오크』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