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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다 / 조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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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53회 작성일 21-11-30 20:23

본문

가난하다

 

  조하혜

 

 

이른 새벽에 양말부터 찾아 신는 발은 가난하다

당신과 이별한 다음날, 고구마를 삶아 먹던

허기는 가난하다

고구마를 찌르던 젓가락은 가난하다

고구마를 제 몸 안으로 삼키던 창자는 가난하다

사랑한다면서 손이 어여쁜 여인은 가난하다

시간이 없어서 밤낮 고단한 사람은 가난하다

가난해서 이별하는 사람은 가난하다

가난 때문에 가난해진 사람은 가난하다

가난함으로 인해 전혀 가난하지 않게 된 사람은 가난하다

낙엽진 단풍나무에게서 앙상한 가지를 기억하는

눈은 가난하다

 

가난하다고 말하는 이 엄살은 가난하다

가난보다 더 빈곤하다 

 

조하혜 시집 도넛, 비어있음으로 존재한다(천년의 시작, 2003)

  

 

johahye-180.jpg


1994년 현대시사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도넛비어있음으로 존재한다』 『울지말아요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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