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새의 혀 /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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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34회 작성일 21-12-02 21:13본문
그 새의 혀
조 정
그 새는 장돌뱅이의 주인이다
파장파장 어스름의 이마를 깎아 던진 표창이 덜미에 꽂히며 하루를 떨어 그새
파란만장의 뒤꿈치, 사무침을 통제하는 선율, 흰 사발에 담긴 혼서지가 흔들렸다
가다 댓돌에 앉았다
멈춘 자리가 절이다
사슴이 들보에서 그네를 타고 서까래 오가며 가릉빈가가 생황을 불었다
나무나무 가릉빈가여 꽃 핀 문살에 골몰이 스미지 못하게 하라
수레는 가벼운 적 없었다
마른 향초를 묶거나 옥사 비단을 싣거나 바퀴 아래 달빛이 출렁이거나
쉴만하면 부서지고 멈출만하면 깨졌다
울음 하나에 장 하나
그 새는 길의 구음이었다
터질 듯 터지지 않아 마수걸이 쪼는 맛이 뒤 패를 당겨오는 낌새
찻잔 시울에 입술을 대면 뜨거운 차가 그를 마셨다
바람 불고 차일 날아가는 후생의 횡격막에 연두연두
녹나무 새순이 돋았다
⸻계간 《시산맥》 2021년 겨울호
1956년 전남 영암 출생
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이발소 그림처럼』 『그라시재라』
제주 강정마을 주제 장편동화 『너랑 나랑 평화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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