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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의 체온 /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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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0회 작성일 21-12-08 21:11

본문

식빵의 체온

 

  마경덕

 

 

방금 오븐을 빠져나온 식빵들

뜨거운 체온을 식히고 있다

훈훈한 기운이 빠져나가는 그 사이

참새 한 마리 포르르 저쪽 가로수에 날아가 앉았다

빵집 앞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고 우르르 길이 열린다

구수한 냄새가 날아가는 동안,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침대 위에 툭 떨어뜨린 손을 주워

뺨에 비비던 그때

어머니는 잠깐 살아있었다

맥박이 지워지고 식어버린 손은

곧 제자리로 돌아갔다

빵이 식어가는 그 정도의 시간에,

 

따뜻한 온도가 '오늘의 빵'이다

말랑말랑한 오늘을 사려고 줄을 서는 사람들

비닐봉지는 입을 벌리고 성급한 포장지에 김이 서린다

딱딱한 어제는 세일로 묶여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식빵들, 마지막 손인 듯 빵을 붙잡는다

따스하다

아직 빵은 살아있다

 

 마경덕 시집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상상인, 2022)




mgd.jpg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신발론』 『글러브 중독자』​ 『사물의 입』​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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