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긴, 새들이 살고 있는 / 정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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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83회 작성일 21-12-08 21:25본문
목이 긴, 새들이 살고 있는
정태화
새들 가운데 목이 긴 새들이 살고 있는 스스로가 스스로를 깊어서 스스로를 그리울 만큼 그리워하는 그런 새들이 살고 있는
갈고리 쓸쓸한 부리에 노을 한 자락 걸려드는 말을 목울대 꿀꺽 삼키고 있는
목이 긴 새들이 너울너울, 목이 긴 마을의 새들에게
일사불란 자신의 자리를 내주고 있는 그런
목이 긴 새들이 마침내 갈고리 손가락 발가락 당신에게로 내리고 있는
끼리끼리 목이 긴 새들이 저무는 노을 제 그림자를 펼치고 있는
이 산하 준령을 쑥쑥 넘어가고 있는
그곳 언덕을 누군가 마주 넘어오고 있는
장다리 개망초꽃 그림자 당신을 바람의 어깨 태워서 날아 올리는
목이 긴 새들이 저희들끼리 어울리고 있는 그런
새들이 살고 있는,
―정태화 시집 『내가 나를 말해도 될까』 (상상인, 2021)
본명 정경화. 1958년 경남 함양 출생
1994년 계간 《시와 시인》 신인상 수상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선인장꽃은 가시를 내밀고 있다』 『내 사랑 물먹는 하마』『내가 나를 말해도 될까』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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