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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들고 / 권석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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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9회 작성일 21-12-18 20:55

본문

지우개 들고

 

  권석창

 

 

돌이켜보니 내 삶은

지우기의 연속이었네

학교에 다닐 때는

틀린 연필 자국 지우개로 지웠네

철 들면서 어른이 되기까지는

하나둘 부끄러움을 지웠네

어른이 된 뒤로는 하나둘

헛된 바람을 지웠네

노인이 되어서도 지우개 들고

손으로는 무언가 자꾸만 지우면서

눈 들어 서편 하늘에, 누가 쓴

노을의 시 읽고 있네 

 

권석창 시집 노을의 시(푸른사상, 2019) 



 

11244.jpg

 

1951년 경북 순흥 출생

1977년 <조선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눈물반응』 『쥐뿔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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