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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북로 / 강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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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67회 작성일 21-12-20 21:11

본문

강변북로

 

  강인한


 

내 가슴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달이 지나갔다.

강물을 일으켜 붓을 세운

저 달의 운필은 한 생을 적시고도 남으리.

 

이따금 새들이 떼 지어 강을 물고 날다가

힘에 부치고 꽃노을에 눈이 부셔

떨구고 갈 때가 많았다.

 

그리고 밤이면

검은 강은 입을 다물고 흘렀다.

강물이 달아나지 못하게

밤새껏 가로등이 금빛 못을 총총히 박았는데

 

부하의 총에 죽은 깡마른 군인이, 일찍이

이 강변에서 미소 지으며 쌍안경으로 쳐다보았느니

색색의 비행운이 얼크러지는 고공의 에어쇼,

강 하나를 정복하는 건 한 나라를 손에 쥐는 일.

 

그 더러운 허공을 아는지

슬몃슬몃 소름을 털며 나는 새떼들.

 

나는 그 강을 데려와 베란다 의자에 앉히고

술 한 잔 나누며

상한 비늘을 털어주고 싶었다.

 

 

강인한 시집 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문예바다, 2021)

 


 

1944년 전북 정읍 출생

전북대학교 국문과 졸업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이상기후』 『불꽃』 『전라도 시인

우리나라 날씨』 『칼레의 시민들』 『황홀한 물살

푸른 심연』 『입술』 『강변북로,

시선집 어린 신에게시비평집 시를 찾는 그대에게』 

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1982년 전남문학상, 2010년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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