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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의 고요 / 최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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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31회 작성일 21-12-24 21:43

본문

행간의 고요

 

  최서진

 

 

당신 신발에 내 발을 넣어 보는 일

그 만큼의 고요를 생각한다

작별 인사를 하는 것처럼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는 것은 페이지를 슬쩍 넘기는 것처럼 쉽다

 

말 없는 시간 속에서 비위가 조금씩

당신 쪽으로 기우는 일을

나는 또 고요라 부르는 것이다

 

명료한 슬픔을 가진 자세로 어두워져 가는 저녁

동네 한 바퀴를 돌아 너에게 가던 구름이 붉다

물집 잡힌 뒤꿈치처럼 부르튼 마음이 따라서 붉다

 

어깨동무도 없이 노을 속으로 날아가는 새

허공은 사라지는 시간에 겸손해지는 깊이를 가진다

 

문득 뒤돌아보면,

쓱쓱 지워지고 나는

여기는 어딜까

 

당신의 고요가 내 고요를 신고 걸어간다

  

계간 시와 미학2012년 가을호

 



최서진.jpg


충남 보령 출생

2004년 심상》 등단

한양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시집 아몬드 나무는 아몬드가 되고』 『우리만 모르게 새가 태어난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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