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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修德에 들다 / 최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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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64회 작성일 21-12-28 21:08

본문

수덕修德에 들다 


  최충식


오늘은 경내에서 서성거리려니

마당귀 햇살이 빠지도록 목이 마르다

늦가을도 싸늘하게 자락을 내리지만

정작 알 수 없는 어둠이 아래로 내려온다

이쯤 하여 서서히 깨어나는 것들

삼라만상을 여는 쇠북소리에

뭇 별들도 오목렌즈 안의 마당으로 모여들어

자리를 잡는다

한 걸음 수행이 가랑잎 같아

불사를 줄 모르는 전생을 끌어안고

사바의 인연이 이루어질 것인가

첩첩 능선이 벌거숭이로 바람을 넘기면

흔들리는 것들

뎅그렁뎅그렁 풍경소리로 해원을 재촉하지만

좀 더 어지러운 늪을 허우적거려야

아픈 것을 모르게 되는지

여기서는 수억만의 시간이 꽃심으로

수덕문을 열고

한 잎 공덕이 경전이거늘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업보라도

슬쩍 얹어놓고

덧없는 염원을 깨달음처럼 날려볼 수 있을까

 

자료출처 : 최충식 시인 홈페이지(홍성문예아카데미)



13594.jpg


 1988년 시와 의식지에 박재삼 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 銀河의 뜰』 『바닷가 노래방  다수

충청남도 문화상대한민국 향토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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