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을 기리다 / 조용미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분홍을 기리다 / 조용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95회 작성일 15-12-31 09:27

본문

 

 

분홍을 기리다

 

 

 조용미

 

 

산그늘 한쪽이 맑고 그윽하여 들었더니 거기 키 큰 철쭉 한 그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엷은 분홍빛 다섯 장의 통꽃들 환하여 그 아래 잠시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지요

 

그들의 이마를 어루만지니 열꽃이 살며시 번졌습니다

 

이른 봄꽃들 지나간 봄 숲을 먼 등불처럼 어른어른 밝히고 있는 그 여린 분홍빛에 내 근심을 슬쩍 올려놓고 바라보아요

 

​실타래처럼 쏟아져 나온 열 가닥 꽃술은 바람이 없는데도 긴 속눈썹을 가늘게 떨고 있어요 떨어진 분홍빛들은 가만히 그 자리에서 빛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 아래 애기나리들이 연둣빛 솜 방석을 깔고, 내려온 분홍빛들을 받쳐주고 있습니다 나는 애기나리들의 낮은 데 있는 그 마음을 받쳐줄까 하여 오래 고개 숙였지요

 

내 앉은 나무 아래 분홍빛은 모여들어 봄은 또 이곳에 잠시 머뭇거립니다

 

가까운 개울물 소리도, 산비둘기 울음도, 쓰러져 누워 푸릇푸릇 이끼를 껴입은 벚나무 푸석한 가지들도 모두 저 꽃의 분홍을 기리기 위해 이 숲에 온 듯합니다

 

 저 고요한 분홍이, 숲의 물소리를 낮추고 있었다는 걸 한참 후에 알게 되었어요 그 분홍빛 아래서 당신은 또 한나절 나를 견뎠겠습니다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
김달진 문학상 수상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기억의 행성』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85건 20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23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21 0 11-30
223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9 0 12-02
223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32 0 12-01
223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2 0 12-02
223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21 0 12-03
223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4 0 12-03
222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86 0 12-04
22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24 0 12-04
222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3 0 12-07
22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11 0 12-07
222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4 0 12-08
22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9 0 12-08
22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55 0 12-09
22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68 0 12-10
222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72 0 12-09
222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6 0 12-10
221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24 0 12-11
221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33 0 12-11
221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7 0 12-14
221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3 0 12-14
221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41 0 12-15
221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27 0 12-15
221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06 0 12-16
221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94 0 12-16
221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84 0 12-17
221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45 0 12-17
220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90 0 12-18
220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12 0 12-18
220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6 0 12-21
220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10 0 12-21
220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59 0 12-22
220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6 0 12-22
220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26 0 12-23
220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57 0 12-23
220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87 0 12-24
220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62 0 12-24
219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41 0 12-28
219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84 0 12-28
219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54 0 12-29
219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59 0 12-29
219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3 0 05-31
219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2 0 12-30
219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28 0 12-30
219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65 0 12-31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96 0 12-31
219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9 0 01-04
218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1 0 01-05
218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70 0 01-05
218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5 0 01-06
218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3 0 01-0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