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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 박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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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3회 작성일 22-01-07 12:02

본문

 

  박정석

 


도시의 심장 같은 로터리에 차가 엉켜 있고

트레일러가 지저분한 백합꽃을 돌돌 말면서 지난다

눈이 어깨 위를 마지막으로 밟고 갈 때

가로수는 순종적으로 눈을 턴다

내리는 눈이 인간을 밟는다

나는 환호한다

매저키스트처럼

그러나 누군가는 슬퍼해야한다

하얀 눈과 하얀 눈 사이에서 차는 납작해지고

타기도 전에 얼어버린 하얀 불꽃이 침엽수림에서 솟아오른다

어깨도 없이 눈을 맞는 가로수의 자세

나로부터 멀어지는 이야기

눈은 도시를 중독시킨다

아파트는 밀가루를 뒤집어쓴 거인 같고

버스는 조랑말처럼 몰려다니고

눈이 설탕이라면 아이스크림 동산을 만들 수도 있다

생각하는 사람처럼 눈을 맞는 자세에 대하여

사랑하는 사람처럼 눈을 녹이는 몸짓에 대하여

연습하는 대신

눈사람이 만들어진다

 

눈을 녹여 커피를 타 마실 일도 없는 도시

캠프에 온 것처럼 낯설다 

 

월간 현대시20104월호


 

parkjungsuk-140.jpg


1980년 전남 광양 출생

 2004년《현대시》등단

고려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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