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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바다 / 장옥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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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9회 작성일 22-01-11 12:03

본문

나의 바다

 

  장옥근

 

 

 낮은 곳으로만 흘러든 것들이 또는 더 이상 어딘가로 갈 수 없는 버려진 물들이 모여 바다는 늘 내게 정면으로 달려든다 들어가는 문도 없고 나가는 문도 없는 바다는 순식간에 나를 제 속으로 데리고 들어가 내 마른 속내를 푸르게 적시고 들숨과 날숨에 간기를 불어넣어 준다 미처 피할 수도 없이 나는 발가벗겨지고 무거운 신발을 벗어 던진다 사방 벽이 하나도 없는 바다에서 나는 온몸에 비늘이 돋아 날것으로 퍼덕이는 한 마리 청어가 된다 부끄러운 곳을 결코 숨길 수 없는 커다란 거울 앞에 선 것처럼 따뜻한 사람의 손을 잡고 선 바다 그 바다에서 비릿한 갯내음처럼 출렁이던 마음이 모래알처럼 발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순간 아찔한 현기증으로 내가 일렁인 것은 아마 속절없이 혹은 일부러 외면하면서 흘려보낸 지난 모든 것들이 수천 개의 더듬이가 되어 나를 핥고 지나갔기 때문이리라 곰삭은 젓갈처럼 익은 것들이 어느새 서로 몸을 뒤섞고 끊임없이 부딪혀 서로 둥글어진 바다 제각각의 물방울들이 자신을 통째로 내어 주어 한 덩어리가 되어 있는 바다 나의 바다

 

장옥근 시집 눈많은 그늘나비처럼(문학들, 2017)




jok.jpg


전남 구례 출생

전남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2013시와 경계로 등단

시집 눈많은 그늘나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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