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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 최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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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99회 작성일 22-01-17 11:56

본문

청산도

 

   최정신

 

 

흰 옷고름을 적시면 청색이 된다는

섬에 담겨 육지 살이 푸념을 짠물에 풀었어요

민박집 돌담은

가슴에 구멍을 허락했기에 긴 세월 견뎠다며

바람의 말을 빌려 들려주었어요

앞 파도가 뒤 파도를 다스림은

천 년이 걸리더라도

모래성을 쌓고 말겠다는 다짐을 켜켜이 써 내려요

은혜도 사랑도 몽땅 떼먹고

물 건너 도망 온 몹쓸 길손에게

울타리 밑 밀감도 몇 개

구운 갯비린내도 몇 점 권하는 나트막한

처마 안쪽에는 원초적 손품이 살가웠어요

물새는 다음 끼니 같은 건

걱정하지 않았고

허공이 길인 새는 나는 동안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걸

먼 남해에서 만났어요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던

상한 마음 떼어내는 법을 익히기에는 파도만 한 스승이 없었어요

새벽 해장 뚝배기 김국에서 건져낸 전복 껍데기에

텅 비워낸 후기가 무지개 체로 빼곡했어요

 

출처 : 시마을동인의 시

 

 

ch.jpg


경기도 파주 출생

2004년 문학세계로 등단

시집 구상나무에게 듣다

동인시집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느티나무의 엽서를 받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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