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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총을 어디에 두었더라? / 이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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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41회 작성일 22-02-02 17:31

본문

엽총을 어디에 두었더라?

 

  이채영



  노을빛 바다 위를 걸어가는 노인을 만났다 물고기의 뼈 속으로 들어간 헤밍웨이가 내게 총을 겨눈다 탕, 그의 총구가 뿜어낸 실탄이 가슴에 박힌다 까맣게 타버린 청춘의 가슴에

 

  뼈만 남은 나는 낚시 바늘에 시를 끼워 낚싯줄을 드리운다 상어가 놓아버린 물고기를 찾아서 끼니도 거른 채 작살을 날린다 상어와의 결투에서 이기고 상어의 이빨을 훈장처럼 내 잇몸에 끼운다 나를 게걸스레 물어뜯는 상어들, 나는 어디갔어? 엽총을 어디에 두었더라?


  빈 바다에 바람이 바뀌고 나는 다시 배를 띄운다 아직도 작살을 손에 쥔 채 하루 종일 꿈을 좇고 있다 작살에 찍혀 언뜻언뜻 허연 아랫배를 드러내는 낯선 나와 사투를 벌이는 핏빛 시!

  

이채영 시집 엽총을 어디에 두었더라?(한국문연, 2012)


 

leechaeyoung-140.jpg


1958년 경기도 안양 출생

동덕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1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으로 엽총을 어디에 두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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