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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기도실 / 김윤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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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90회 작성일 22-02-06 20:36

본문

나뭇잎 기도실



  김윤환

 

 

내가 들어간 방에는

당신 엄마의 기도문이 벽을 이루지

하나님이 문을 똑똑 두드려도

나는 응답하지 못했어


쏜살같이 달아나는

아이들 등짝에 대고

, 여기 있다니까 소리 지르면

잠깐 들여다보는

남자의 낯선 얼굴


언제쯤 우리 엄마가

오랜 친구처럼 다가와

창문을 여는 날이면

나는 눈물 대신 노래를 하겠지

당신이 쓰다만 기도문에

알 수 없는 푸념을 적어두겠지


이유를 모른 채

안에서 문을 잠그고

가려운 등을 기도의 벽에 긁곤 해


열다가 마침내 송곳이 되어

내가 나를 찌르는 밤에

내 자궁에 숨어있는 열쇠꾸러미

아무도 꺼내 주지 않는 쇳조각들


오늘도 나의 기도실에는

나뭇잎 벽화가 된

한 여자가 내 곁에 앉아 있지



2021년 경기문학위원회 작품집 너머는 무궁합니다』 (걷는사람, 2021)


 

김윤환 필자용 사진.jpg


1963년 경북 안동 출생

1989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그릇에 대한 기억』 『까띠뿌난에서 만난 예수』 『이름의 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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