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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몽니 / 정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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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06회 작성일 22-02-07 17:11

본문

백년의 몽니

 ―흙집의 내력

 

   정영주

  

 

울퉁불퉁한 벽에 석고를 바른다

닳고 닳아 무너져내리는 흙집의 내력

백 년의 시간이 적힌 누옥의 문장 앞에서

내 문자는 호흡이 짧아진다

푹푹 패인 곳에 더 힘이 들어가 있는 문장

쏠리는 힘 쪽을 버티다

기어이 흘러내리는 흙집에

내 유목의 시어가 덧대진다

 

바람이 슬어 논 벽 구멍 벌레들에게

반죽한 석고를 먹인다

아무렇게나 천장에 획을 긋고 있는

검은 서까래의 고집스런 압축들

거친 야성일수록 지독한 미학이다

서까래 검은 때를 벗겨주고 옻칠 서너 번 하면

긴 세월 허공을 버텼던 고독한 시에 광채가 날까

 

옛것일수록 배열이 없는 배열이다

여기저기 들쑥날쑥 울퉁불퉁 뒤틀려 있지만

드센 바람과 쓰라린 여정과

거꾸로 돌려온 시간의 이력으로 집을 고치고 쓴다

 

내 손가락과 발바닥과 몸뚱이가 백 년의 몽니를 닮는 중이다 

 

반년간 상상인20221월호



정영주.jpg

1952년 서울 출생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단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졸업

199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아버지의 도시』『말향고래』『달에서 지구를 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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