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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자화상 / 유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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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89회 작성일 22-02-1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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픈 자화상

 

   유현숙

 

 

숲은 미로

입추와 처서가 지나고 한로와 상강이 지나도록

안개 속을 걸었습니다

근본도 없는 질문은 묻다가 묻혀지고

손끝이 내젓는 허공에 존중과 배려가 있는가요

물방울이고 그림자 같은 백날은 짧은 시간일까요, 긴 시간일까요

여름 끝과 가을이 담겨있는 한 계절을 일생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이 세상이 서툴러

무간지옥처럼 상처받고 천당처럼 웃었던

생애 붉은 한 마디

헬렌*처럼 당신을 그리고 싶었고 백석처럼 당신을 쓰고 싶었습니다

 

정현, 내 전생의 자화상

 

당신을 사랑하는 데는 하루가 걸렸지만**

당신을 잊는 데는

비단 옷자락으로 백 년마다 닦은 유순의 바위가

닳아 없어져야 할까요

꿈을 같이 꾸지 못하고

빗소리를 같이 듣지 못하지만

어느 날에는

천궁天穹을 흐르는 떠돌이 별로 떠돌이 바람으로

만나는 날 있을까요

 

정현, 내 후생의 자화상

  

*헬렌 쉐르백 : 핀란드 화가

** 장영희 님의 시 중에서 빌려옴

  

반년간 상상인20221월호


 

yhs.jpg

 

경남 거창 출생
2001년 <동양일보>와 2003년 《문학 선》등단
2009년 문예창작기금 수혜
시집『서해와 동침하다』『외치의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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