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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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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50회 작성일 22-02-16 20:53

본문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 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애송시 100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민음사, 2008)


 

 

1921년 서울 출생(1968년 별세)

연희전문학교 중퇴

1945년 시 '묘정의 노래'로 문단에 나와김경린(金璟麟박인환(朴寅煥

임호권(林虎權양병식(梁炳植등과 함께 합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1949)을 간행하여 모더니스트로 각광을 받음

1959년 한국시인협회상, 2001년 금관문화훈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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