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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기 / 조동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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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14회 작성일 16-01-07 10:17

본문

 

출항기

 

조동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향해 해안선은 끝날 수 없는 몰락을 거듭했다. 항구마다 오래 전에 정박한 어선들은 가득했고, 기억할 수 없는 항로가 흐느끼면, 흘수선을 따라

 

  사라진 자들의 역사가 들려오는 듯도 하였다. 수면으로부터 시작을 알 수 없는 최후는 시작되고, 수면을 향해 닻이 내려지면, 잠길 수 없는 곳으로부터 파도는 몰려왔다. 폭풍은

 

  그 어떤 예감처럼 수평선을 흔드는가. 덧창을 닫으면 바람은 밤새도록 아침을 뒤척인다. 해가 뜨면 항로는 열릴 것이다. 밤은 단호하게 수면을 탐문하며 지나가는구나. 파도가 몰려오면

 

  이국의 처녀들은 하나둘 옷을 벗고 가랑이진 밤을 흐느낀다. 닻을 올리면 오래 전에 잃어버린 슬픔들은 흘러나오는가. 수많은 신부들을 생각하며 갑판 위의 선원들은 어느 밤의 날짜변경선을 떠올린다.

 

  어제가 오늘이 될 때. 혹은 오늘이 어제가 될 때. 역사는 시작되지 않는다. 그물에는 죽어버린 아버지와 사산된 아이들의 이야기가 떠날 수 없다. 선수(船首)로부터 침몰한 항로의 이야기는 두려움을 회고하고

 

  흘수선을 따라 잠길 수 없는 수면은 어둠이 되어간다. 이국의 처녀들은 가슴을 부풀리며 갑판 위의 선원들과 태어날 수 없는 아이들을 생각한다. 아침이 펼쳐지면

 

  바람은 불어오지 않는구나. 항구에는 죽어버린 아버지의 이야기도, 사산된 아이들의 뜨지 못한 눈동자도 들리지 않는다. 날짜변경선을 지나치며 갑판 위의 선원들은 문득

 

  끊임없이 오늘이 되어가는 어제를 뒤돌아볼 것이다. 파도는 고요하고, 더 이상 그곳에 태어날 아이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밤새도록 뒤척이던 덧창의 흐느낌이 잠시 들리는 듯도 하였지만

 

  어제가 오늘이 될 때, 혹은 오늘이 어제가 될 때 역사는 시작되지 않는다.

 

 

1970년 경기도 안양 출생
  중앙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학위 취득
  2002년 《문학동네》신인상 당선.
  시집『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카니발』,
  산문집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평론집 『디아스포라의 고백들』
  비평집 『 4 년 11 개월 이틀 동안의 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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