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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만 보이는 것이 있다 / 박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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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38회 작성일 22-02-23 12:46

본문

이 자리에서만 보이는 것이 있다

 

  박설희


전철을 탔는데 맞은편 하이힐

다른 것은 안 보이고

하이힐 신은 발만 보인다


하이힐은 구멍이다

시선이 자꾸 빠진다

구멍은 결핍,

평생 결핍을 보다가 죽는 걸까


전철 안에는

배낭 메고 끄떡없는 등

나비처럼 팔랑이는 입술

평생을 걸어도 지치지 않는 다리


휠체어 발 받침대에 발이 놓여 있다

하이힐과 결코 만날 수 없는

영영 내 것이 될 수 없는

뒤틀린 내 발


히말라야보다도

우주보다도

더 먼 발


고개를 들면

눈이 자꾸 구멍으로 빠진다



계간 시산맥2020년 겨울호


 

parksulhee-140.jpg


1964년 강원도 속초 출생

성신여대 국문학과와 한신대 문예창작대학원 졸업

2003년 계간 실천문학》 등단

시집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 『꽃은 바퀴다 가슴을 재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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