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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 /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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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65회 작성일 22-03-02 12:51

본문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는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기형도 시집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사, 2000)





 

1960년 경기도 옹진 출생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1989년 뇌졸중으로 별세하였으며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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