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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몽 / 이경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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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95회 작성일 22-03-02 13:01

본문

기몽記夢

 

  이경교

 

 

  출구가 열리자 왈칵, 빛이 밀려든다 캄캄한 실내로 신작로가 뚫린다 빛의 입자들이 꽃가루처럼 부유한다 별빛 부스러기 한 잎을 줍는다 빛의 통로를 따라 해안선이 그어진다 물결 멈춘 지점에 물의 도시가 세워진다

 

  모든 것은 한순간이다, 저 찰나를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도시의 지붕마다 물결 모양이 찍힌다 격차 창틀에 햇살이 갇혀 격자로 쪼개진다 눈 없는 새들이 날아와 모서리를 부리로 찍는다

 

  모든 건 환상이다, 그리고 그것만이 진실이다

 

  꽃살무늬 창마다 꽃봉투가 꽂혀 있다 저 봉인된 봉투의 안쪽은 아직도 캄캄한 밤이다 출구가 열리자 왈칵, 꽃씨들이 쏟아진다 모든 게 어둠 안쪽에서 발아하여 여문 씨앗들이다

 

  빛의 궤적을 따라 다시 해안선을 긋자

  멈추었던 물결이 출렁인다

  도시 하나가 세워지거나 지워지는 것도 한 순간이다 

 

<내외일보>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202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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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8년 충남 서산 출생
1986년 《월간문학》 등단
동국대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꽃이 피는 이유』『달의 뼈』『모래의 시』등 

시 해설서 『한국 현대시 이해와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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