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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란대 / 유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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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6회 작성일 22-03-10 20:54

본문

토란대

 

  유강희

 

 

저건 초록의 뿔,

한 묶음의 기다란 뿔들

벽에 기대어 마르고 있네


저 대지의 뿔은

달팽이와 두꺼비와 귀뚜라미와

먼 뭉게구름과 이슬의 노래,

아직 해변에 닿지 않은

파도가 작곡한 악보,

어느 나라의 아이가

혼자 불어보는 나팔,

그리고 금방 울음을 그친

매미의 서늘한 고요,


난 용감한 꼬마병정,

저 초록의 창을 들고

강과 산맥도 훌쩍

높다란 뾰족 성을 넘네

백 년 전에 잠든

공주를 구하러 가네


하지만 저 초록의 뿔,

누군가 너무 단단히

꽁꽁 묶어 놓았네

 

계간 문예 연구2020년 겨울호



유강희.jpg
 

1967년 전북 완주 출생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7 <서울신문>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불태운 시집』 『오리막

동화집도깨비도 이긴 딱뜨그르르

동시집오리발에 불났다』 『지렁이 일기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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