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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 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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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4회 작성일 22-03-13 20:18

본문

라니

 

  고 영

 

 

마음이 술렁거리는 밤이었다

수수깡이 울고 있었다

문득, 몹쓸 짓처럼 사람이 그리워졌다

모가지 길게 빼고

설레발로 산을 내려간다

도처에 깔린 달빛 망사를 피해

오감만으로 지뢰밭 지난다

내 몸이지만 내 몸이 아닌 네 개의 발이여

방심하지 마라

눈앞에 있는 올가미가

눈 밖에 있는 올가미를 깨운다

먼 하늘 위에서 숨통을 조여 오는

그믐달 눈꼴

언제나 몸에 달고 살던 위험이여

누군가 분명 지척에 있다

문득 몹쓸 짓처럼 한 사람이 그리워졌다

수수깡이 울고 있었다 

 

고영 시집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시인동네, 2021)



goy.jpg

  

1966년 경기도 안양 출생
2003년 《현대시》신인상 등단
2004, 2008 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기금 받음
시집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너라는 벼락을 맞았다』『딸꾹질의 사이학』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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