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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똥나무가 끌고 오는 저녁 / 한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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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2회 작성일 22-03-1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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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나무가 끌고 오는 저녁

 

    한석호

 


  첫눈의 속살거림은 허공이 쓰는 문장, 외로움의 깊은 쪽이 움찔 흔들린다. 처음 꺼내 입은 외투에 목을 묻고, 말을 거는 바람의 오후에 귀를 닫는다. 하늘을 이고 사는 것이 숨 쉬는 일에 한정될 수 없음을 흔들리는 체온계의 눈금을 통해 가늠한다. 이제 겨울 나그네를 자주 꺼내 들어야 할 시계視界, 내 회색의 말도 닦아주어야겠다.

 

  매서운 추위가 영혼의 맥박을 짚는다. 느린 듯 흐리다가 불쑥 빨라지고 요동치다 다시 돌아나가는 맥놀이, 하나의 점으로 모두를 이어가기란 적확치 않다고 육신의 문법이 부르르 떤다. 한 번의 입맞춤이 평생을 속박하던 시대는 박제되어서, 인간은 까닭도 없이 흐려지고 멀어지고 별리를 입에 달며 낡아간다.

 

  숨을 깊이 들이 마시고 낮달과 나누던 곁의 기원에 관한 필담을 발우공양한다. 현실과 이상은 같은 족속이 아니라고 나는 말했고, 그것은 하나의 선분으로 읽어야 한다고 낮달은 눈을 깜박였다. 꿈의 지느러미를 새에게 달아주자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창공 깊이 헤엄쳐 가는 꿈들, 새들은 점점 희미해지고 아무도 없는 곁.

 

  돌아가기엔 너무 멀고 앞서기엔 잔인한 시간들. 잎을 떨궈야 생은 한 걸음 성장한다고 겨울나무들이 시간을 흔든다. 지상의 일을 고치기 위해 끊어진 길을 허공에서 끌어오는 새떼들, 그 속으로 몸을 기울이는데 눈발은 행간에만 내리고 마음의 오지는 더 넓어지고 있다. 그런 까닭에 피를 뜨겁게 데워야만 하리 쥐똥나무가 끌고 오는 저녁에는

 

계간 시현실2021년 겨울호 




   

경남 산청 출생
2007년《문학사상》신인문학상 수상
경희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시집『이슬의 지문』
먼 바다로 흘러간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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