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 김경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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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김경후
홀로 배드민턴 채를 휘두르는 밤의 골목, 툭, 어둠 한 줌, 치고, 툭, 다시 친다,
전봇대를 마주 보고, 어둠보다 더 컴컴한 허공의 셔틀콕, 툭, 목이 꺾인 듯, 웅크린
가슴처럼, 떨어진다, 전봇대가 어둠을 되받아친다, 콕이 툭, 떨어져도, 다시 채를
휘두른다, 아, 연습 중입니다, 혼잣말할 때, 툭, 문득 떠오르는, 식탁의 검은 김밥
반 줄, 이런, 형광등, 켜두고 나왔네, 그래도, 아무 데서도 꺼지지 않는 어둠들,
겨울은 반 남았지, 또 올 거니, 툭, 바닥에 떨어지는 반달빛 벚꽃잎, 나는 밑바닥도
없는 것 같다,
―김경후 시집 『울려고 일어난 겁니다』 (문지, 2021)

서울 출생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 열두 겹의 자정』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울려고 일어난 겁니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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