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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감별사 / 윤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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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79회 작성일 22-03-28 12:49

본문

픔 감별사

 

  윤성택

 

우울 무렵 전망대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본다

사각 케이지 속에서 각기 빛나는 불빛,

철제 닭장에 갇힌 병아리들 같다

 

슬픔에도 암수가 있다

내 안에서 밖으로 나간 슬픔이 암컷,

밖에서 내 안으로 들어온 슬픔이 수컷이다

 

암컷은 세상의 산란용이고

수컷은 내 안의 폐기용이다

 

둥근달이 전깃불처럼 켜졌으므로

감별대에 올려진 것처럼 아뜩해졌다

 

슬픔은 내게 어떤 쓸모가 있을까

믹서기로 갈 듯 분쇄시켜야 할지

슬픔을 낳고 낳아 기쁨의 유통을 도와야 할지

감별의 밤,

 

바람이 머리카락을 헤쳐 비비고

달빛이 정수리의 돌기를 들여다본다

검은 상자 너머

 

부숭부숭한 노랑이

유리창마다 연약하게 번지고 있다

웹진 같이 가는 기분2022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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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충남 보령 출생
2001년 《문학사상》등단
시집 『리트머스』『감(感)에 관한 사담들』
산문집『그 사람 건너기』

2014년 제10회 한국시인협회 젊은 시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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